14일 정도가 흘렀다. 어느새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버렸다고 느끼면서도, 또 아직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반에서 느꼈던 고립감은 아마도 내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함께하고자 노력함에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이번주 내내 끊임없이 배우고 있는 비평적 생각하기는 생각보다 내 생활에 뿌리 박혀 있었다는 생각이 요즘 계속 날 채우고 있다. 주관적 생각이 많이 영향을 주고 있지만, 난 끊임없이 의심하고 계속해서 정답을 바란다. 애매모호하게 표현되는 내 말투와 다르게 다른이들의 말에선 정확한 의미와 확답을 요구하며 뒤쫓는다. 그 사람의 이야기에 목말라하고 각자의 인생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하지만 나의 대화는 때때로 매우 건조하고 또 지루하다. 즐거운 시간에 많은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들을 하기 싫어하고 가볍고 흘러가는 대화들로 시간을 채워간다. 무의미해 보이는 행위에서 목적을 찾고 남지 않는 이야기에서 영원성을 추구한다. 친해진다는 것은 그런의미로 매우 의미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새로운 공간에 속하게 되는 순간,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과 익숙해지기 위해 많은 시간 을 투자한다. 돈과 나의 시간을 투자하며 그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의의를 두는 것은 나 또한 그들처럼 외로움을 느끼고 있기도 하고, 그들과의 만남에서 나의 내면을 더욱더 내보이고 싶어하는 마음 또한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그런 시간들은 결코 완벽하게 수확될 수 없다. 많은 시간이 그렇게 소비되고 나 자신의 주체성도 희미해 진다. 그런 결말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힘껏 집중하고 난 후의 의기소침은 여전히 간단하게 이겨낼 수 없는 싸움 같다.
하루 전, 학급 아이들과 반회식을 가졌다. 모두가 함께하진 않았지만 12명 가량의 아이들이 중국 샤부샤부를 먹으면서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내용은 사실 그다지 대단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이야기 개인적인 질문들, 쓸대없다고도 생각되는 이야기들. 사실, 그런 대화들은 하나씩 하나씩 모여 커다란 개성을 만들어 내고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쉽게 내뱉는 말들이 무엇보다도 막강한 나 자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계획할 수 없고 의도할 수 없는 짧은 시간동안 내 입에서 쏟아져 나가는 단어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가득하게 나를 채워나가며 어느 순간 난, 그 단어들로 이루어진 무엇인가가 된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나 자신인 것일까? 난 내가 그런 의미지로 전환 되길 원하지 않았고, 내가 그렇게 채워지길 바라지 않았다. 외동딸, 한국인 그리고 30대. 많은 단어들이 나를 정의하지만 난 그 어느것에도 속하지 않고 그 무엇도 날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그저 나를 묘사할뿐 날 분석해주지 않는다.
내가 누구인가를 해석하는 것은 결국 매우 개인적인 행위이다. 한발 더 나아가, 나를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일정도로 고된 작업이다. 수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다고 해도 결코 쉽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많은 기술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 전에 나에 대한 스스로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은 다른이들을 향한 작업이라고들 말한다. 누군가의 입맛에 맞게 만들고 그들의 취향을 분석해서 그들의 지갑을 열게하는 행위 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디자인은 아트가 완성시킬수 없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도구이다. 다른 사람을 분석하는 것은 남을 이해해 그들이 나의 의미를 더욱 분명하고 확실하게 이해하기 위함이고, 결국 그 본질은 나의 이야기 혹은 나의 의중을 마음 속에 인식시키는 작업이라고 난 생각한다. 리서치와 분석은 결코 그 목적이 될 수 없다. 많은 학문의 근본은 결국 “이야기”에 있지 않을까? 오히려 그 점에서 디자인은 예술에서 한 발 더 나아간 학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점을 확실하게 하는 것에 있다. 전달은 그 후에 이루어지는 것이며 나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이 우선시 되어야 의사소통이 성공적으로 이행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난 아직 나에 대한 이해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도모르게 전달하고 있는 내 이미지들이 나를 확정 시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난 내 스스로에 대한 분석이 끝나지 않았고, 나의 취향에 대한 확신도 얻지 못했다. 많은 시간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며 무엇을 내가 좋아하고 어떤 것들을 내가 싫어하는 가에 대해 흐릿하게나마 인식하게 되었지만, 그것들은 여전히 흐린 하늘처럼 간간한 빛을 보여줄 뿐이다. 언제쯤 확신으로 밝게 빛날 수 있을까. 언제쯤 난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언제나 나의 인생의 목적은 나를 향해 있으며, 그것들이 밖으로 향하게 될 수 있는 순간, 그 순간이 내가 디자인을 알게되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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